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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에서는 개의 공격성에 어떻게 대처할까?

마스터 2023.12.22 08:32

 

 

한국에서도 많은 사람이 반려견의 공격성 문제로 고민하는 것을 보았다.
훈련사에게 의뢰하면 위탁훈련이나 방문 훈련 등의 프로그램으로 문제 행동 교정을 시도하게 된다. 예전에는 초크체인이나 전기충격기를 쓰며 교정을 하기도 했다.

이러한 물리적인 체벌이나 고통을 가하는 것은 일시적으로 공격적인 행동을 억누르는 효과는 있을지 모르나 오히려 이로 인해 축적된 부정적인 감정들은 더 큰 문제로 한 번에 터질 가능성이 크다.

마치 문제아에게 물리적 체벌을 계속하면 체벌이 두려워 당장은 문제 행동을 그만둘 수도 있지만 쌓이고 쌓이면 더 큰 사고를 치는 것과 마찬가지다. 최근에는 긍정강화훈련이라는 개념이 보편화돼서 공격성을 내보일 때 주의를 다른 곳으로 돌리고 반응을 보이지 않을 때의 행동을 강화해서 문제 행동을 소거하는 방식이 대부분이었고 나 자신도 최선의 방법이라고 믿었다.

그러나 상당수의 공격적인 개들이 개선되지 않거나 더욱 심해져서 훈련사도 포기하고 결국은 파양돼 유기견이 되는 상황도 많이 보았다.

‘티아’는 우체부와 이웃을 물었다고 믿기 힘들게 다정하고 친근하다. [사진=필자 제공]

영국에서 공부하고 훈련사로 일하며 여기에서 개의 공격성에 대처하는 방법은 많이 다르다고 느껴진다.
동물행동클리닉의 임상케이스를 살펴보면 행동의학 처방(훈련을 통한 교정)도 많지만, 약물을 쓰는 경우도 흔하고 경과도 좋은 경우가 많다. 물론 이런 약물 처방은 자격을 갖춘 수의사를 통해서만 이뤄진다.

대학원에서 저명한 동물행동학 박사이자 수의사인 지도교수가 한 말이 있다. “공격성은 치유될 수 없다. 다만 관리 가능한 수준으로 유지하는 것이다” 여기에 필자가 살을 좀 더 붙이자면 공격성은 동물에 내재된 본능이자 정상행동의 하나며 질병이 아니다. 어떤 개나 공격할 가능성을 가지고 있고 다만 우리는 스스로 조절하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필자도 아빠로서 육아를 하면서 개의 훈련과 비슷하다고 느낄 때가 많다. 유아들이 울고 떼쓰고 하는 이유는 자신의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고 적절히 표현하지 못하기 때문인데, 개의 경우에도 똑같다.

공격적인 행동 자체에 집중하기보다 공격성과 충동을 스스로 조절하는 방법을 가르친다. 대체 행동을 제시하고 이를 강화하는 것은 물론이다. 예를 들면 으르렁대거나 짖는 대신 옆에 앉아서 기다리면 보상하는 식이다.

‘티아’가 햇빛 아래 느긋하게 앉아 있다. [사진=필자 제공]

동물행동클리닉에서 영역방어적 공격성을 가진 개들에게 행동의학적 처방으로 제시하는 방법은 집안에서 덜 방어적으로 반응하는 장소를 찾아 그곳에 머물게 하고 보상하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역조건형성과 둔감화(흔히 DSCC- Systematic Desensitisation and Counter-Conditioning)의 방법을 쓴다.

일례로 훈련소에 정기 방문하는 ‘티아’라는 이름의 5살 암컷 더치허더(셰퍼트)가 있는데 강아지 때부터 경찰견 훈련을 받았으나 최종 심사에서 탈락하고 현재의 주인에게 입양됐다. 경찰견으로서 공격 훈련을 받기도 했고 충동 조절이 잘되지 않아 주인도 얼굴을 물려 큰 흉터를 남겼고 우체부와 이웃을 물어 경찰서에 구금까지 됐다. 이번에는 무사히 풀려났지만 한 번 더 사람을 물면 안락사 위기에 처할 것이 분명하기에 특별훈련을 시작했다.

티아가 우체부 복장에 과도하게 반응하고 공격성을 띠기 때문에 이에 대한 단계적 둔감화 – 즉, 훈련사가 첫날은 우체부 모자만 쓰고 접근해서 공격성을 보이지 않으면 보상, 둘째 날은 모자와 조끼를 입고 셋째 날은 가방과 완전 착장으로 우체부 복장에 대한 공격성을 역조건형성을 통해 우호적인 감정과 반응으로 바꿔주는 것- 를 훈련 중이다.

동시에 앞서 소개한 바 있는 충동조절훈련 – DMR(집중해지 마크 보상) 자극조절(Arousal up and down)을 통해 충동을 조절하는 방법을 가르쳤고 일정 기간 후 상당한 진전을 보여줬다. 티아가 앞으로의 훈련을 통해 사람들과 더 즐겁고 편안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을 찾아가기를 진심으로 응원한다.

‘틸리’(스태포드셔 불테리어)는 맹견이다. ‘티아’를 물어서 유혈사태를 일으킨 적이 있다. [사진=필자 제공]

 

 

출처 : 뉴스펫(http://www.newspet.co.kr)  윤정현 동물행동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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