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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몰랐던 반려동물 이야기를 전문가의 칼럼을 통해 풀어 드립니다

개를 키우고 싶은데, 동물병원 비용이 걱정됩니다

마스터 2023.11.28 14:37


 

 

 Q. 개를 키우고 싶은데 동물병원비가 걱정이 돼요. 병원 안다니고도 잘 키울 수 있을까요?

  A. 아기를 키우는데 병원을 안 다닐 수 있나요? 병원비가 걱정이 된다면 반려동물을 키우지 않는 것이 맞습니다.


개님이 저희 집에 온지도 벌써 1년 반이 넘었습니다. 그동안 소소하게, 또는 크게 많은 사건 사고가 있었습니다. 덕분에 저도 어느 정도는 주변에 조언을 할 수 있게도 됐지요. 특히 개를 키우고 싶다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해줍니다. 한 번에, 일시불로 100만 원을 낼 수 있을 때만 개를 키우라고요. 그럴 자신이 없다면? 포기하는 게 좋습니다.

 

● 개는 아픈 곳을 말할 수 없습니다

 

보통 개를 키우고 싶은 사람에게 하는 말은 ‘끝까지 책임져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러면 대부분은 충분히 책임질 수 있다고 대답합니다. 과연 그 책임의 범위는 무엇일까요? 약 20년을 집에서 데리고 사는 것? 끼니를 제때마다 챙겨주는 것? 아프면 약을 먹이는 것?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을 생각해야 할 겁니다. 생명 하나를 책임지는 것은 그만큼 무거운 일이니까요. 그리고 책임질 수 있다는 다짐을 하고 개를 들였다면 아프지 않고 오래 살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합니다. 개가 아프게 되면 병원에 가서 건강 상태를 확인해봐야겠지요.


여기서부터 제가 말했던, 일시불로 100만 원을 낼 수 있느냐 아니냐의 첫 번째 기로에 서게 됩니다. 익히 알고 있고, 또 알려져 있다시피 동물병원의 진료비는 결코 저렴하지 않습니다. 사람이랑 비교하면 더욱 그렇습니다. 기침을 하고, 콧물을 흘려 병원에 간다면 사람의 진료비는 몇 천원 수준, 약까지 처방해봐야 1만 원 안팎으로 끝이 납니다.

 

하지만 개를 데리고 동물병원에 가면 알고 있는 그 상식 수준이 사라집니다. 갑자기 X레이 사진을 찍자고 한다거나, 피검사를 해야 한다고 합니다. 당연히 이상해집니다. 감기 증상 때문에 병원에 갔는데 X레이를 찍자고 하면 당연히 비웃을 것이기 때문이지요. 그렇다고 동물병원 수의사가 바가지를 씌우는 것일까요? 아닙니다.


어린 아이(말도 제대로 못하는 아기)가 있으신 분들이라면 공감을 하실지도 모릅니다. 아이가 갑자기 먹은 것을 토한다면 그대로 병원에 달려가 의사에게 보일 겁니다. 그 때 의사가 증상만 듣고 바로 약을 처방해 주던가요? 아닙니다. 어린 아이일수록 여러 가지 가능성을 두고 다양한 검사와 처방을 합니다. X레이를 찍기도 하고 피 검사를 하기도 합니다. 말을 못하는 아기는 어디가 아픈지 정확하게 말을 할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여러 검사를 통해 토한 이유를 찾아내고, 그에 맞는 처방을 해야만 정확하게 치료를 할 수 있습니다.

 


 

개도 마찬가지입니다. 개 역시 말을 못합니다. 주인이 육안으로 개의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몇 가지 안됩니다. 밥을 잘 먹는지, 운동량이 평소와 같은지, 대변 상태가 평소와 같은지, 기침을 하거나 코가 마르지 않았는지 같은 아주 기본적인 사항입니다. 의사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겉으로 드러나는 증상만으로는 어떤 질병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검사를 하지 않는다면 겉으로 드러나는 증상을 완화시켜주는 약만을 처방할 수 있을 뿐입니다.


심한 질병은 아니어서 그 약으로(예를 들면 기침을 멎게 하는 약) 해결이 됐다면 다행이지만 그게 아니었다면요? 검사비 걱정하다가 더 큰 질병으로 개를 내모는 셈이 될 겁니다.

 

● 동물 병원비와 사람 병원비의 결정적인 차이 ‘의료보험’

 

개소리칼럼을 시작하기 위해 취재를 다니면서 들었던 사례 중 어이없고 기막힌 사례가 있었습니다. 한 사람이 다리가 부러진 개를 데리고 왔답니다. 그리고는 다리가 부러져 개가 아파한다며 약을 처방해 달라고 했답니다. 제가 황당해서 3번 쯤 다시 물었을 겁니다.

 

‘네? 부목을 대달라고 한 것도 아니고, 약이요? 정말요? 말도 안되는데 정말이죠?’

 

그 개주인은 동물병원에서 많은 비용이 나올 것을 두려워했던 모양입니다. 사실 그렇습니다. 다리가 부러졌다면 일단 상태를 확인해야 하니 X레이 촬영을 해야할테고, 깁스정도로 끝날 수도 있지만 심할 경우 수술을 해야할 수도 있습니다. 비용이 감당할 수 없게 많이 나올 수도 있지요. 좀더 노골적으로 말하면 개는 10만원에 데려왔는데 병원비가 200만 원이 나올 수도 있습니다. 개를 생명이 아닌 단순한 재산으로 취급하는 사람이라면 ‘차라리 새 개를 데려오는 게 낫다’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실제로 우리나라에서 개는 여전히 재산 취급입니다 ㅠㅠ).


그래서 처음에 일시불로 100만 원을 지급할 각오가 되있지 않는다면 반려동물을 들이지 말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사람은, 특히 우리나라는 건강보험제도가 매우 잘 돼있습니다. 아프고 힘들면 근처에 있는 작은 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을 수 있지요. 그 배경에는 국가의 관리 하에 매달 월급에서 적게는 수천 원, 많게는 수십만 원씩 빠져나가는 건강보험료가 있습니다. 그 덕분에 사람은 간단한 문진에서 비용이 많이 드는 검사까지 대부분을 건강보험료의 혜택을 받으며 적은 비용으로 치료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개는 그럼 보험이 없습니다. 당연히 모든 검사 하나하나에 비용이 부과가 됩니다. 개 X레이 찍는 게 왜 몇 만 원이나 하나고요? 사람도 그렇습니다. 다만 사람은 그 비용을 일부 부담하는 건강보험 덕분에 티가 안나는 것 뿐입니다.

 

● 동물병원, 어떻게 찾아야 할까

 

저도 처음 개를 키울 때 걱정을 많이 했습니다. 주변에 있는 많은 동물병원 중에서 어딜 가야할지도 모르겠고요. 실제로 머리로는 동물병원의 비용에 대한 각오를 했어도 마음으로는 준비가 안돼 있었습니다. 주변에 묻기도 했고, 실제로 동네 동물병원을 두어 군데 전화하고, 또 돌아다니기도 했습니다. 특히 저희 집 개님은 집에 오자마자 거한 신고식을 치뤘기에 주변 동물병원에 얼마나 전화를 해댔는지 모릅니다.


사실 어떤 동물병원을 다니든 선택은 개 주인의 몫입니다. 동물병원을 고르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습니다. 인테리어가 깔끔해서, 호텔을 겸하고 있어서, 집에서 가까워서 등 다양한 이유가 있습니다. 제가 동물병원을 선택했던 이유는 아래와 같습니다.


첫째, 의사 선생님이 일반인의 눈높이에 맞게 하나하나 설명해줬습니다. 전문 용어를 늘어놔서 고객을 혼미하게 만들지 않았습니다. 아마도 제 직업이 직업인지라 그런 점에 더 예민하게 반응했을 수도 있습니다. 동물병원에 갔다면 궁금한 점은 꼭 반드시 끝까지 물어보셔야 합니다. 평소에 궁금했던 사항이 생기면 휴대폰 메모장 같은 곳에 적어두었다가 잊지 말고 물어보세요.


둘째, 병원에서 지내는 다른 동물에 대한 대우를 살펴봤습니다. 아무래도 동물병원에서는 의사나 직원이 키우는 동물도 있고, 주인이 집을 비운사이 잠시 맡겨진 다른 개(나 고양이)들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이들이 어떻게 지내는지를 살펴봤습니다. 제가 절대로 가지 말자고 다짐했던 동물병원은 밤늦게 불이 다 꺼진 병원 안에 쇼윈도에 전시된 것 마냥 강아지 한 마리를 방치했던 곳이었습니다. 유리벽 너머로 밖을 보다가 저희집 개님을 보고 꼬리를 흔드는 걸 보며, 안쓰러워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하다 못해 블라인드라도 좀 치지 말이죠.


셋째, 개님이 아파 병원에 가면 어떤 검사가 필요할 수 있다고 이야기는 하지만, 일단 일주일 지켜본 다음에 진행하자고 말해줬기 때문입니다. 기침이 심하고 코를 흘리며 코찔찔이 상태로 병원에 갔는데, 기침이 심하진 않으니 일단 일주일 약을 먹여보고 증상이 나아지지 않으면 검사를 진행하자고 했거든요(물론 진료비와 약값은 당연히 사람보다 비쌉니다. 그리고 이 경우는 개의 증상마다 다릅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시간이 생명인 질병일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저는 개님의 동물병원을 정하고 지금까지도 다니고 있습니다. 생각해보니 오늘도 가야해요. 예방접종과 구충제를 처방받아야 하거든요. 그리고 겸사 겸사 다음 편 ‘예방접종’에 대해서도 준비를 할까 합니다. 인터넷에서 쏟아지는 정보 속에서 제가 어떻게 결정했는지, 저희 집 개님의 스펙터클한 생존기도 함께 담아볼 예정입니다. 기대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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